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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나? 내 것?

법정스님이 입적하셨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책을 읽었던 때가 1991년의 어느 봄날이었던 같다. 계명대 철학과에 입학해서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존재인가?' 라는 질문에 한창 빠져 있을 때였던 것 같다. 사실 이 질문의 답이 궁금해서 삼수까지 해서 계명대철학과를 갔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어디에서도 듣고 싶은 답을 들을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당시의 사회환경이 어수선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사회철학, 정치철학, 환경철학이 대세였고, 한가롭게 존재론적 질문에 심취할 수 있었던 분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나마 실마리를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던 과목이 동양철학이었다. 그래서, 논어, 도덕경, 장자, 반야심경등을 거쳐서 손에 쥐게 된 책이 법정스님의 무소유였다. 이 책을 통해서 법정스님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나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여기 백지위에 적어 보아라. 적을 수 없을 때까지 적어 보아라. 김경은의 옷, 김경은의 돈, 김경은의 생각, 김경은의 가족, 김경은의.... 더 이상 적을 수 없거든, 이제는 하나씩 지워 보아라. 그리고, 그렇게 지웠을 때 나를 나라고 할 수 있는 단 한가지만 남겨두어 보아라.'
A4용지를 가득 채웠다가 하나씩 지워 나갔을 때, 마지막까지 도저히 지울 수 없었던 단 한가지가 바로 '호흡'이었다. 호흡이 없다면, 생명이 없고, 생명이 없으면, 이 육신도 쓸모가 없으니, 호흡만큼은 남겨 두어야 했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나의 질문과 관심사가 호흡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호흡이란 무엇인가? 호흡안에 들어 있는 진리, 내가 아직 보지 못하는 그 무엇은 무엇일까?'
이러한 호흡에 관한 질문의 끈을 따라가다가 만나게 된 것이 십팔기였고, 십팔기뿐만 아니라, 인생의 스승인 신해식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어쨌든, 법정스님은 내가 남겨 두었던 그 마지막 호흡, 내가 그토록 매달렸던 그 호흡조차도 버리시고 먼 길을 떠나셨다. 그 분의 무소유함에 할 말을 잃을 수 밖에....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내가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하여 달라.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 일체의 번거로운 장례의식은 행하지 말고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라. 화환과 부의금을 받지 말라. 삼일장하지 말고 지체 없이 화장하라.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고 사리를 찾지 말고, 탑, 비도 세우지 말라'

 법정스님은 떠나시는 그 순간에도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가신 것이다.
 '도대체 이 세상에 나, 내 것이 도대체 있기나 한것인가?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아둥바둥하고 있느냐? 아둥바둥가야 할 곳을 진정으로 모른단 말이냐? 사람들은 갖기 위해 애쓰다가 갚기 위해서 고통받은 존재이지 않더냐? 욕심을 줄이고,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아가거라! 무소유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무소유란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를 살피고, 버리는 일이다.'
 나는 지금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것들과 불필요한 생각들을 가지고 무겁게 살아가고 있는가? 진정으로 내가 나로써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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