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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백수일기2


 당장 밥먹고 사는 일을 생각하면 자동차영업외 다른 길은 없다. 어느 메이커이든 영업직은 큰 저항없이 입사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현재 나의 신용등급이 너무 낮아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큰 어려움 없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메이커가 어디냐보다는 집과 가까운 곳, 그리고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지. 아니면 말고. 무슨 일이든 할 자신은 있다. 다만 그것이 나름의 방향성만 있다면. 따라서, 이 지점에서 내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을'이 아니라 '왜'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상황을 생각하면 사치스런 시간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제 내 나이 서른아홉이니 산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더 많고, 그 많은 날들을 의미있는 시간들로 채울수 있다면, 이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은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그럼, 당장 밥먹고 사는 일 말고 하고 싶은 일은 뭐가 있을까? 어떻게 살면 잘 살다가 간다고 소문이 날 수 있을까?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몇 천만원의 빚과 영업경력 정도, 그 외에는 어디에 크게 내놓을 수 있는 재능이나 재주는 없다. 그러니, 현재를 기준으로 미래를 그리면 너무 재미가 없다. 그럼, 현재 상태와는 아무 상관없이 그냥 하고 싶은 일, 살아가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그려 보는게 어떨까?

 음~! 글쎄! 천천히 느리게 흘러가는 삶이랄까? 아침 출근길, 선릉역에 내리면 2호선으로 갈아타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리들을 볼때마다, "그들의 발을 저토록 동동 구르도록 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누구를 위해서, 무엇때문에 저들은 저렇게 황급히 무언가에 휩쓸려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주체성을 가지고, 본인의 삶을 본인의 통제하에 두고 차근차근 살아가겠지! 다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아니라 나다. 그들의 아침 출근길의 풍경을 보면서 웬지 모를 쓸쓸함과 고독을 느끼며, 느리게 살고 싶다는 열망이 가슴 깊이 들끓어 오르는 것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내가 달리는 속도를 내가 정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일정한 금액 이상의 돈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위해서 여기까지 달려왔고, 오로지 그 한 길 이외에는 길이 없는 오솔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것이 안정지대가 되었다. 달리고 있는 길 위에서 관성처럼 달리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 또 하나의 안정지대가 된것이다. 그렇게 쭈욱 가면, 결국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니, 옆도 뒤도 보지말고 달려야 한다는 속삭임이 안정지대에 나를 묶어두었다.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는 것이 왜 안정지대가 된 것일까? 목표설정이 잘못되었거나, 목표가 바뀌었기때문은 아닐까? 목표가 바뀌거나, 설정이 잘못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모른채 하고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면, 그것이 안정지대를 열망하는 본능의 악마적 속삭임이 아니겠는가? 이 대목에서 많이 힘들고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나의 목표는 무엇이며, 어디를 향해서 이토록 달려 가고 있는 것인가? 이대로만 달려가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것인가?

 나의 목표가 진정으로 느린 삶이며, 나의 육체, 나의 마음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는 삶을 희망한다면, 어느 만큼의 돈을 쌓거나 벌어들여야 그런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월 천만원을 번다면 나는 주인공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희망이기도 하지만, 환경오염과 같은 전지구적 재난상황을 우려해야 하는 것도 과학과 기술의 발전덕분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과 자연과의 공존, 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듯이, 나는 내 삶에서 그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그 균형점이 월 천만원이라면 냅다 달려야 하겠지만, 그렇게 달리는 와중에 놓쳐버리는 것은 없을까?.  재난을 불러온 것도 과학과 기술이지만, 재난을 막을 주체도 과학과 기술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과학과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그 것을 다루는 인간들의 윤리의식이 시대에 맞게 재정립되어야 한다고들 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도 월 천만원을 향한 무한질주 이전에, 내 삶에 필요한 기술과 윤리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재고해보아야 할 것이며, 그 이전에 나의 삶에 대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다시 한번 음미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이 백수생활도 나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백수의 변이 너무 길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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